[한경에세이] 특허심사관은 국가전략자산

입력 2023-02-13 17:55   수정 2023-02-14 00:01

우리나라에는 청 단위의 차관급 조직이 많다. 그중에서 특허청은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조금 특별한 점이 있는 관청이다. 미국에는 8200여 명의 특허심사관이 있고, 중국에는 1만4700여 명의 특허심사관이 일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특허출원 증가 추세에 발맞춰 마치 주요 2개국(G2) 간에 군비 경쟁을 하듯이 심사관 숫자를 늘려왔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은 특허청 심사관이 독일과 비슷한 1000명 수준이지만 국내 특허출원 규모가 무려 독일의 네 배에 달한다는 점이다. 우리 특허청의 심사관이 너무 우수하거나 아니면 만성적인 심사 적체를 겪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한국 특허청은 특허출원 수수료 수입에 따라 예산이 책정되는 특별회계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우리 심사관들은 보통 인건비의 다섯 배 정도에 해당하는 수입을 올린다. 로펌 기준으로 본다면 상당히 수익성이 좋은 법인이다. 심사관이 늘어날수록 특허청의 수입이 늘고 심사 처리 기간도 빨라져서 산업계의 신속한 권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입이 많아지면 일반 회계로 전출되는 자금이 증가해 항상 예산은 빠듯하게 운영되는 편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IBM 특허책임자인 데이비드 카포스가 특허청장으로 임명되면서 미 특허청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특허청의 수입이 완전히 지출과 연동되는 시스템으로 개혁되면서 심사관 충원과 보수 측면에서 민간 로펌이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게 변했다. 이에 따라 심사관의 직업 만족도가 연방정부 모든 기관 중에서 톱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청 심사관을 증원하려면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 예산은 항상 부족하고 공무원 정원에 제약이 많으니 특허청장이 발품을 많이 팔아야 그나마 조금씩 증원 가능한 것이 현실이었다. 특히, 공무원 총정원은 연금 지원 등과 연결돼 있어 저항이 많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심사관 채용과 관련해 아주 창의적인 접근 방법을 찾았다. 민간 퇴직기술자 중심으로 특허심사관을 증원하되 전문 임기제(10년)로 임용함으로써 정부 전체 예산과 인원 부담을 덜면서 기술자의 해외 이직에 따른 기술 유출 방지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자는 과거에 기업으로부터 특허청의 특정 정책에 대해 이렇게 큰 환영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무쪼록 이런 정책이 일과성이 아닌 지속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전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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